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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날씨에 커피와 머핀을 먹으며 쓰는 글


1. 필연히

아마도 나는 이런 류의 글을 계속 찾고있었는지도. '당신은 당신 그대로 아름답다'는 말은 수 없이 들었다. 모두 다 아름답다는건 알고 있다. 또는 막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성에게 인기가 없잖아', '옷 태가 안나잖아'
라는 말로 어떤 몸이 상대적으로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게 나의 몸이든 타인의 몸이든.

몸에 관한 한, 명확한 이상향이 있었다.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자극사진이 항상 배경화면이었고, 인스타그램에서는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팔로우해왔고, 다이어트식품들을 구매했다. 물을 너무 좋아하지만 항상 긴팔 래쉬가드를 입었다. 왠지 살이 조금 빠진 것 같을 때 행복해졌고 약간 더 쪘을때 우울해졌다.

가장 중요한건, 나를 사랑한다는 사람들에게조차 의심을 품었다. 내 몸의 이런 부분은 보기 싫을텐데.  허리에 이만큼 살이 있는걸 알면 실망할텐데. 아랫배는 어쩌지. 다른 여자들과 비교할텐데.

그러니까.. 몸의 어떤 부분들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얼른 빼서 없애버려야지.

이 책을 만난건 그래서 필연적인것 같다. 물론 책 한 권 읽는다고 2n년간 가지고 있던 생각이 한 순간에 바뀌는건 아니지만 이런류의 생각에 눈을 뜨는 시간이 필요했던건 사실이다.

2. 그래서 뭐?

그래서 나에게 대단한 결심이 섰냐고 말한다면 음 글쎄 그런가... 나는 아직도 마른 몸으로 '예쁘'게 딱 맞는 바지를 입어보고싶고, 남들 앞에서 비키니도 입어보고 싶다. 무언가 음식을 먹을 때 '살 찔텐데' 하고 무의식적으로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이고. 배가 덥수룩하지 않은 상태가 뿌듯하다. 배가 부르면 죄의식이 느껴지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허겁지겁 들이키지 않을테다, 이 책을. 천천히, 맛있게, 조금씩 먹고 양분처럼 받아들일테다.




#1. 행복은 하나의 상태다. 행복은 자신에게서 좋아하는 점을 찾고 남들과 공유하는 데서 온다. 행복은 자신에게서 싫어하는 점을 받아들이고, 그것까지 사랑하는 데서 온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있는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믿을 수 있는 내면의 성역이다

- 누군가의 말이 나를 상처주거나, 어떠 일이 너무 복잡하고 많아서 스트레스가 되거나, 무언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 감당할 수 없이 내가 불행해 지는 방법은 천가지도 넘는다. 그렇지만 내가 나를 상처 주는 방법은 그만큼보다도 더 많다. 이 세상에 아무도 그러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는 나의 모든 부분을 사랑해줘야하는데. 온전히 나로서 이해해주고 받아들여줘야 하는데. 나는 자꾸 나의 어느 부분을 인정할 수 없고 빨리 바꾸고 싶기만 하다. 내가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고? 정말?

#2. 우리가 자라난 문화의 영향을 완전히 떨쳐버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게 꼭 바람직한 것만도 아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문화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인지하고, 기준에서 벗어나는 선택지도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중략- 립스틱은 내게 기쁨을 준다. 특히 "꺼지십쇼" 라고 말하는 듯한 진한 빨강 립스틱은 최고다. 날씬해지기 위해 하는 다이어트가 내게 기쁨을 주는가? 아니, 내 영혼과 삶의 의지를 망친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버리지, 뭐.

- 내가 45키로든 55키로든 나는 나다. 그냥 그 상태로의 나다. 그 몸무게와 몸매에 가치를 부여하고 행복했다 불행했다 하는 것은 나다. 그 가치는 내 머리속에 20년간 주입된 것이다.  진리처럼 받아들여질 정도로 지속적이고 강하게.
- 나에게 다이어트는? 운동은? 식단조절은? 적당한 순간의 적당한 정도의 운동은 에너지를 준다. 싱싱하고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으면 왠지 산뜻하고 기분이 좋다. 그렇지만 너무 먹고 싶은 고칼로리의 음식을 원하는 만큼, 어쩔 때는 배가 터질정도로 먹는것도 큰 행복이다.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있는 시간도 중요하다. 어느 날은 늘어지게 먹고 자고만 하고싶은 날도 있는데 어느 순간 죄책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나는 먹는것도/보기에 좋은 몸매인 것도 좋다. 지금의 몸을 사랑하는건? 지금의 몸 그자체로는 사랑할수 없는걸까?

#3. 날씬해진다는건 분명히 행복해진다는 것의 동의어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는 자기혐오에서 허우적대면서 이상에 도달할 애쓰다가 일생을 허비한다. - 인생은 행복이라는 딱지가 붙은 달성 불가능한 완벽함일 행해 끝없이 달리는 일종의 퀘스트가 되었다. - 그렇기 때문에 뚱뚱한 몸으로 일어서서 "난 행복해" 라고 말하는 여자를 보면 우리는 속이 뒤집어진다. 그 여자가 규칙을 깼기 때문이다. 모두가 일렬로 서 있던 줄에 새치기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생을 바친 노력을 방금 완전 무의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 머리를 탁 쳤다. 내가 느낀 기분을 정확하게 표현했다. 덧붙여, 내가 훨씬 나은것 같은데, 저남자는 왜??? 내가 이런 생각이었다니. 너무나 명쾌했다. 내가 스스로 그 굴레에 들어가놓고, 그 굴레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질투했다. 내가 행복하면 타인이 행복할때 박수를 쳐줄 수 있는데, 내가 불행하니까 타인이 행복하면 내 불행만 보였다.

#4. 우리가 체중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상식은 다른 사회적 해악만큼이나 여성에게 해롭다. 모든 전통적 아름다움의 이상이 희소성과 달성의 어려움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사람들이 자기 몸매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은 여성들이 그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게 이상을 만든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이라고 믿게 만든다

- 응. 내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5.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그들이 믿는 헛소리는 그들만의 것이고, 믿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저 근사한 당신 자신의 모습을 지켜내면 된다.

- 사이다 그 자체, 그렇게 생각 할수도 있죠.

#6. 뇌의 가소성은 새로운 뉴런 연결을 만들고 행동, 감정, 환경, 심지어 생각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우리 뇌의 능력을 말한다. 뇌의 가소성 덕분에 우리는 혐오를 잊고 스스로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도록 뇌를 다시 훈련시킬 수 있다.

- 긍정의 힘. 나는 어떤 말을 해서 내 뇌의 가소성을 이용해볼까. 몇년째 생각만 하고 있는 감사일기?

#7. 착한 사람 콤플렉스 라고도 부르는 이 믿음엔 여러 원인이 있지만, 특히 낮은 자존감이 주된 요인이다. 자기 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은 더 많은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8. 우리는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랑을 받는다
#9. 당신 인생에 주어진 것 중 최고는 당신 자신이다.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랑. 내 인생에 주어진 최고인 내가,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랑.


나는 아직도 갈등한다. 기류에 편승하고 싶은 마음, 예쁨받고 싶은 마음, 타인에게서 내가 바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들과
개썅마이웨이.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아도 완벽하다는 마음를 가고싶은 생각 사이에서.
그렇지만, 이런 갈등은 일전에는 없던 갈등이고, 나는 이 기회를 타 기쁘게 갈등해보려고 한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온 소리들이, 사실이 아닐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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